과제제출 : 8강과제 - 센
우리 집은 할머니네 집에서 여섯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우리 동네를 늘샘이라고 부르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충 듣기로는 지금 우리 동네가 옛날에는 호수 근처였대요. 그래서 그렇게 부른다나?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40분정도 걸려요. 보통은 혼자 다니지만 어떨 땐 동네 오빠를 만나 같이 오기도 합니다. 오빠는 큰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가끔씩 내려오기도 했거든요. 뜸하긴 했지만 오빠는 선물도 줬어요. 늘샘에는 없는 달달한 과자라든지, 흰 밀가루가 들어간 빵을 갖고 오기도 했어요. 아, 오빠는 나한테만 특별히 끈적거리긴 하지만 좋은 냄새가 나는 걸 주기도 했어요. 오빠는 그 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려주고 갔는데 얼굴을 깨끗이 씻은 다음 그걸 검지 손가락으로 쿡, 찍으래요. 그래서 그걸 손바닥에 올려놓고 비벼서 얼굴에 바르면 된댔어요. 오빠는 매일 바르랬지만 난 아까워서 특별한 날에만 발랐어요. 그걸 바르고 밖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얘, 쟤 말이야, 쟤가 그 돌담집 딸이야. 쟤 옆에 가면 좋은 냄새 난다~"
우리 집은 늘샘에서 꽤 넓은 축이었어요. 마당도 있었고, 내 방도 따로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내 방 뒤에는 비밀 장소가 있어요. 집을 다 짓고 나서 버려지는 것들로 지은 곳인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덩굴들이 엉켜있어서 넘어지기 쉬운 곳이기도 했지만 덩굴에는 가시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사람들은 오지 않아요. 나는 가시에 찔리지 않고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내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 거려요. 나는 이 곳을 동굴이라고 부르는데 동굴은 할머니와 나만 아는 곳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서로 약속했어요.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도 그렇겠죠? 우리 할머니는 약속을 정말 잘 지키거든요. 나는 할머니가 좋아요. 하지만 할머니 집은 멀어서 자주 못 가요. 그래도 내가 간다 그러면 할머니는 맛있는 걸 해놓고 기다리세요. 할머니 요리 솜씨는 세상에서 최고에요. 하지만 요즘에는 자주 못 가서 할머니가 섭섭해 하실거에요. 그래서 나는 아빠를 졸라 할머니한테 가기로 했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햇늘역에 도착하니까네 조심해서 내려주시고, 잃어버리는 물건 없이 가십시요, 다음에 또 오시고요~ ."
오랜만에 간 할머니 집이었어요. 우리 집에서 할머니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어서 정말 일 년에 한 두 번 갈까 말까한 곳이었습니다. 기차로만 다섯 시간이 걸리고, 기차역에서 내리면 한 시간에 한 대 씩만 오는 전차를 타고 삼십분 동안 가야 했거든요. 할머니네 집은 나지막한 언덕위에 있지만 올라가는 게 보기보다는 힘듭니다. 그래서 짐이 많으면 한겨울에도 땀이 나요. 우리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 일곱 살이신데 머리가 눈이라도 온 것 처럼 온통 하얗답니다. 할머니가 살고 계신 집은 원래는 할머니의 엄마 (그러니까 저한테는 외증조할머니죠.) 가 어릴 때 사셨던 집이래요. 밖에서 보기엔 낡아보이지만 속은 끄떡없어요. 얼마나 튼튼한데요. 저번에 태풍이 와서 비가 엄청 쏟아지고, 바람이 다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로 불었는데도 지붕하나 망가진 것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구요. 그 때 되게 무서웠었는데 할머니가 어렸을 적 얘기들을 해주셔서 무서운 꿈도 안 꾸고 잘 잘 수 있었어요. 할머니 얘기를 듣고 있으면 할머니가 살았던 곳으로 가고 싶어져요. 그 곳은 어떤 곳일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이랑은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할미도 어렸을 때는 기차를 많이 타고 다녔단다.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할미는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도시는 아주 복잡했지. 자동차도 많고. 아, 자동차가 뭔지 모르겠구나.
"아니에요. 박물관에서 봤어요. 자.동.차. 근데 안 좋아보이던데.. 너무 작잖아요."
"그래. 하지만 자동차는 기차보다 속도가 빨랐단다. 여기서 기차를 타고 너희 집까지 가는 데는 여섯 시간정도가 걸리잖니?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가면 세 시간이면 충분이 도착할거야.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나쁜 것들이 많이 나온단다. 그래서 자동차가 쌩, 지나가면 숨이 턱 막힐 정도였지. 할미는 자동차보다 기차가 더 좋구나."
"어? 그럼 그거는요? 예전에 할머니가 좋다고 했던 거 있었잖아요. 엘,엘뭐?"
"아, '엘리베이터'를 말하는 거로구나. 엘리베이터는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도 끄떡없었지. 가끔 너무 많이 타면 삐익, 소리가 나긴 했지만 정말 편했단다. 문이 열리면 들어가 숫자버튼만 띡 누르면 내가 원하는 곳까지 가곤 했으니까. 할미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오르락내리락 거렸단다. 그러다 경비아저씨한테 걸려서 야단을 맞기도 했지. 하지만 지금은 높은 건물들이 없잖니? 그러니까 엘리베이터가 필요가 없는 거란다. 게다가 지금은 전기가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엘리베이터 같은 걸 타기가 힘든 게지."
"하지만 한 번 타 보고 싶은 걸요? 그리고 저것도 있잖아요. 텔레비전. 이건 학교에서 배워서 잘 알아요. 상자에서 사람들이 막 움직인다면서요? 어떻게 상자 속에 사람들이 있는거지?"
"하하. 궁금한 게 많구나. 할미는 텔레비전을 아주 좋아했단다. 그래서 야단도 많이 맞았지. 텔레비전에는 할미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놀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그랬단다. 아, 너도 말뚝박이 알지? 그것도 했단다. 보면서 배가 아프도록 웃었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구나."
"아, 말뚝박이~ 저도 알아요. 요즘에도 가끔 하는 걸요? 저는 잘 안 하지만 남자애들이 하는 걸 보면 재밌어요. 근데 할머니, 지금이 좋아요, 아니면 할머니 어렸을 때가 더 좋아요?"
"할미는 지금이 더 좋단다. 물론 옛날도 좋지만 할미는 지금 이렇게 있는 것이 더 편하구나."
난 옛날로 가보고 싶지만 지금은 갈 수 없으니까 상상을 할래요.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내가 상상한 옛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나중에 내가 컸을 때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요.
아파트1
나는 지금 빌라에 살고 있는데 (오래된 동네라 그런지 아님 빌라에는 원래 경비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비가 없다. 대신 지구대가 있긴 하다. 내가 본 경비아저씨들은 주로 밖에 내놓은 쓰레기들을 치우고, 밤에 순찰을 돌고, 차 번호를 적는다.. 겨울이 되면 눈을 치우고,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을 치우고, 이런 걸 보면 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경비실에 계시는 아저씨께 여쭤볼 게 있어서 창문을 두드렸는데 어찌나 깊게 잠이 드셨는지 세게 두드려도 안 깨셨다. 곤히 주무시는 아저씨를 보며 (죄송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도둑은 잡으시려나?' 사실 경비란 직업도 하는 일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되게 힘들 것 같다. 하자에 계시는 경비아저씨들만 봐도 큼직한 것 보다는 되게 잡다한 걸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거기다가 밤까지 새셔야하니, 보통 일이 아닐 듯 싶다.
경비 아저씨들을 위해 좀 더 쾌적한 경비실을 만드는 건 어떨까? 보통은 그냥 맨 바닥에 책상, 의자만 둔 채로 생활하신다. 겨울이 오면 온풍기를 넣어드리는 것 같은데 온풍기만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경비실을 좀 더 넓게 만들고 온풍기가 아닌 아예 난방을 깔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뭐 장판까지 깔았으면 하는 것도 있지만 그건 좀 무리한 건가?
그리고 보통 택배를 받을 때 집에 없으면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메모를 남긴다. 근데 그게 무거운 물건이라서 혼자 들기에는 좀 힘들다, 싶을 때는 경비 아저씨가 집까지 들어주신다. 근데 아저씨도 나이가 나인지라 왠지 좀 힘들어보이신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경비를 대신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무거운 물건이 있으면 좀 젊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뭐, 예를 들어 젊은 사람과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랑 둘이 한 팀으로 경비를 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적적하지도 않고, 관리가 더 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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