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제출 : 10강과제 - 새삼

11월 15일 목요일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 귀찮아서 머리를 어제 안 감고 오늘 아침에 감으려고 했다가 못 감았다. 설거지도 못 해놨는데 어쩌지. 물이 왜 안나오느냐고 경비실에 전화를 하려는데 뉴스에서 일산에 수도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11시부터 12시까지 탱크에 저장된 물을 잠깐 연다고 광고가 나왔다. 빨리 바가지를 준비해 둬야지.


11월 16일 금요일

 우리 가족은 총 4명이다. 그런데 세 명이 여자다. 물을 참 많이 쓴다. 아까도 씻는데 물 많이 쓴다고 혼났다. 뉴스에선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소식만이다. 오늘 신문에도 이 사건으로 다양한 기사들이 실렸는데, 의견이 다 제각각이다. 게다가 오늘은 수도권에 있는 모든 도시가 수도공급이 끊겼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거 뭔가 심상치 않다. 정말 아껴 써야겠다. 엄마가 밖으로 외식하러 가자고 부르신다. 설거지도 안 해놨고 물이 없으니 요리를 못하게 됐다. 좋구나. 짜장면 먹자고해야지.
 
 방금 밖에 나갔다 돌아왔다. 짜장면은 커녕 물도 못 마셨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이랑 족발이랑 야식거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물이 안나온 지 하루 됐는데, 식당이 장사를 못한다. 이럴 줄 예고가 없던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물을 많이 쓴다는 것이겠다.


11월 17일 토요일

 뉴스를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티비를 켰다. 아직도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거 정말 겁이 난다. 처음엔 잠깐 사고가 난 것이려니 했는데. 첫날 뉴스에는 작업복 입은 아저씨가 인터뷰 했는데, 오늘은 이 사건 때문에 대통령 아저씨도 한 말씀하셨다.
 학교에 갔더니 할 게 없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물이 없어서 그리지도 못하고 물감만 뭉개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왔다.
 무심코 수도꼭지만 자꾸 올렸다 내렸다 했다. 물이 안나오는 게 너무 이상하다. 꼭 한번만 더 올렸다 내리면 나올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엄마가 식수를 잔뜩 사가지고 오셨다. 마실 물이야 있지만 씻을 물이 없어서 미치겠다. 내가 자꾸 짜증을 내니 엄마가 화를 낸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삼일 째 목욕을 못했단 말이다.

11월 18일 일요일

 오늘은 막내가 유치원에 안 갔다. 그래서 짜증이 배로 늘었다. 이놈이 자꾸 음식을 흘리고 먹는 것이다. 안 그래도 씻지 못해 짜증인데, 자꾸 일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식수로 씻겨줬다. 저번에 받아두었던 물은 양이 많지 않은데다가 금방 물이 나올 줄 알고 펑펑 써버린 탓에 바닥을 비운지 오래다.
 저녁에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모는 외국에 나가계시는데 물이 안나오는 일이 외국에 까지 보도가 됐는지, 걱정이 되서 전화를 하셨단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외국에 까지 보도 될 정도면 정말 큰일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해결이 안나온 것 같다. 뉴스는 온통 물이 안나온다는 뉴스뿐이다.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젠 외국에서 이 일을 맡아 조사할 팀이 한국으로 온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 내일은 또 물 없이 어떻게 지내지.


11월 18일 월요일  

 오늘 뉴스에는 정말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뉴스가 나왔다. 한 사람이 호수공원에서 물을 퍼가다 들킨 것이다. 정말 슬펐다. 그리고 시위를 하는 뉴스도 나왔다. 물이 안 나오는건 정부 탓이라는 거다. 뭐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해도, 시위를 한다고 물이 나올 것도 아니고. 차라리 호수공원에 가서 빨래나 하겠다.
 
11월 19일 화요일

 물이 안 나온 지 5일째.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다. 오늘 아침에 큰 물탱크를 실은 트럭 여러대가 아파트 단지에 와서 물을 나누어 주었다. 지방에서 길어온 물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니까 물을 공급할 때 연결만 되면 간단하지만, 주택가에서는 일일이 양동이를 챙겨 물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 받지 못한 동네도 있었다. 우리 동네는 그나마 일찍 받은 것이다.
 뉴스를 보니 상황이 악화 되자 공항이 마비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젠 외국이나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야 돈 많은 일부 사람이겠지마는.
 오늘은 학교를 쉬었다. 물이 없으니 학교 화장실도 급식도 운영을 할 수가 없어서이다.
물만 안나오는 것뿐인데 꼭 영화‘투머로우’ 같다.


11월 20일 수요일

 오늘도 학교를 쉬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디가냐고 물으니 잠깐 아줌마랑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만 하시고 나가셨다. 어제 받은 물로 엄마 몰래 샤워를 해서 기분이 깨끗했지만, 불안 했다. 트럭으로 조금이나마 공급해준 물마저 없으면 정말 끝인거다! 이젠 진짜 씻지 않고 참아야지. 긴급 상황인데도 물을 자꾸 헤프게 쓰게 된다,
 엄마가 돌아오셨다. 빨래 짐을 들고서. 나는 깜짝 놀라서 어딜 다녀오셨나고 물었더니 호수공원에 빨래하러 갔다 왔다고 하신다. 호수공원에 가보니 아줌마들이 다 와서 물 담아가고 빨래하고 있더란다. 정말로 뉴스에 그 광경이 나왔다. 호수공원에 사람들이 물을 담아가고 빨래했다. 그리고 시장이 나와서 앞으로도 물이 안 나오면 호수공원의 물을 공급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호수공원이 일산의 명소로 한 몫 두둑히 하는구나.


11월 21일 목요일

 끔찍하다. 뉴스에선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말만. 외국에서 조사하러 왔다는 팀은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뉴스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구박받고 있다.
 
 방금 긴급속보로 물이 다시 나온다는 뉴스가 나왔다. 얼른 수도꼭지를 올려보니 녹슨물이 콸콸 쏟아진다.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잠깐 동안 물이 다시 멈추진 않을까 걱정되어 불안했지만, 그래도 일단 씻고 봤다.




11월 30일 토요일

 한 동안 뉴스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물을 받아놓으라는 광고를 했다. 그래서 약 일주일 동안 계속 긴장을 하며 지내야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문제도 없어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꽤 긴 시간 동안 긴급 상황이었는데도 일상으로 돌아오는데는 하루도 안 걸린 것 같다. 그 때의 불편함과 불안함은 잊어버리고 또 다시 편한 대로 물을 쓰고 있다.  
 왜 수도 공급이 마비가 됐는지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 동안은 이 문제를 심각히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뜸하다. 저번에 외국에서 온 조사팀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기네 나라로 가버렸다.        
        

     

Trackback Address :: http://collegio.haja.net/trackback/186

Leave a com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