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리뷰 - 괭
인천 차이나타운 리뷰
기억이라는 것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최근의 나의 행적들을 차곡하게 담아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때의 인천은 처음이었다. 안정되지 않은 1호선에서의 긴 시간을 지나서, 하나밖에 없는 지하철역 입구를 빠져나와 둘러 본 주위는 그다지 신비롭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하고 조용하고 내가 예상해왔던, 혹은 예전 기억에 묻어있던 인천과 다르지 않았기에. 처음 급하게 둘러 본 차이나타운은 꽤나 실망스러웠다. 말 그대로 짱개만 가득했고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아저씨들만 그득했다. 온통 붉은 칠을 발라놓은 짱개집 건물들과 간판들이 내 눈을 자극했다. 눈이 아니라 그저 신경 한쪽을 찔러댔다.
그 ‘차이나타운’이란 것이 대기권 가까이까지 높이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본 적이 없기에, 다른 나라에 있는 모습은 모르겠다. 내 상상 속에서의 차이나타운은 중국 사람들이 살거나,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을 위한 작은 나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갈빵을 사라고 광고하는 아저씨들과, 우리 집에 열배는 되 보이는 짱개집 주차장, 한 개에 800원하는 양꼬치가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은 중국음식점과 황량한 거리에 실망한 듯했다. 그렇지만 미션수행을 위해 돌아다니며 찾아낸 길이라든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미션을 위한 움직임을 끝내고 미덥지 않은 짬뽕 한 그릇을 비웠다.
글로벌학교에서 준비한 가이드프로그램을 위해 사람이 나뉘었고 ‘차이나타운x, 테마파크o’라는 산이 준비한 가이드프로그램에는 세 명뿐이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골목길들을 거닐었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이끄는 곳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닐지 노파심이 들었었지만, 적은 인원수이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조용하고 낯선 골목길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골목길들은 비가 내린 다음에 느낄 수 있는 축축한 공기로 가득했고 건물들마다 담쟁이넝쿨로 뒤덮여있었다. 간혹 창문에는 촌스러운 창문스티커들이 붙어있었고 오래된 철문을 발견할 때마다 비밀의 성지로 연결되는 중간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집을 몰래 염탐하기도 했다. 그 오래된 철문들은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서 딱딱한 쇠 느낌이 나에게 여실히 전달되었고 비에 젖은 그 축축한 모습이 멀미가 날 정도로 흥미로웠다. 길에서는 온통 비에 젖은 나무와 흙과 철문 그리고 그곳 동네 냄새가 진동을 했다. 길을 걷는 내내 기억 저 멀리에 묻혀있는 어떠한 감정들이 일렁거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조용하고 축축하게 젖은 그 골목길에서 풍겨오는 냄새와 색깔들이-나의 움직임들을 모두 기억해 담아내지 못하는 그 시절들의 희미한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멀미가 나게 하는- 나를 조용히 자극했다.
각자 여럿이서 가이드를 받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기도 했고, 배움을 얻기도 했다. 기대하고 예상했던 차이나타운의 모습이 아니라 단순한 돈벌이를 위한 테마파크가 아니었을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새로이 발견하는 작은 호기심들에게 즐거워하면서.
(실은 글로벌학교의 리뷰가 듣고 싶다. 서울 도심 속에서 ‘낯설게 바라보기’를 하고 그것을, 그리고 그곳을 다른 사람에게 가이드 한다는 것이 꽤나 재밌고 골치 아팠을 거라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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