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엽(촌닭들),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날짜:1930년 10월 2일 화요일

제목: 2007년 10월 2일 화요일 서울 꿈

잠시 뒷간에 갔다가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지러워서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개  밥을 주러 나가니 어두컴컴한 공간속에 갇혀있었다. 위에 살짝 빛이 보이 길래 빛을 따라 나가니 화려한 조명 빛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일단 숨이 막혔다. 나이도 인생의 반절만큼 먹었고, 바닥에는 거무튀튀한 돌바닥이 쭉 깔아져 있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시계를 보니 고장이 나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아 시간과 날짜를 물어보려니까 그 사람은 날 무시하고 그냥 바삐 지나갔다.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시간과 날짜를 알게 되었다. 2007년 10월 2일 화요일 저녁 8시 내가 살던 시간에서 정확히 77년이나 지난 세월이었다. 만약에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난 아마도 107살 먹은 노인이었을 것이다.

화려한 전기불빛들은 색색을 내며 저녁 9시가 지난 지금 아침과 낮과 별 다를 바 없이 밝았다. 나는 피곤하고 지치고 배고팠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10전이 있었다. 국밥 한 그릇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밥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얼핏 보게 된 메뉴판 순대국밥 5000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77년 전 50원만 있어도 식도원 같은 요릿집에서 푸짐히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배고픔을 참고 무작정 걸었다.

길을 걷는 도중에도 화려한 전기불빛만 눈에 들어왔고, 그 많던 한옥 집은 없어지고 일본 놈들이 만든 듯한 건물들이 길을 따라 쭉 놓여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서양코쟁이인들 취급하듯이 쳐다봤다.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그냥 눈에 띄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이상한 판자를 기계에 찍어대며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복통이 찾아왔다. 아까 뒷간에 갔다 왔는데도 불구하고 뒷간이 급했다. 나는 일단 아무것도 모르니 다시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 이번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어느 한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 사람은 뒷간이 무엇인지 몰랐다. 뒷간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니 뒷간에 대해 설명해주자 그 사람은 화장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하며 나를 안내해 주었다. 나는 일단 보이는 문에 들어갔는데 그 곳엔 여자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 여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다들 도망가며 나를 밀치고 때렸다. 그 곳은 여자 변소였나 보다. 반대편 문으로 달려가 남자 변소에 들어가 숨을 돌리고자 하얀 의자에 앉았다. 사기로 만든 것 같은 의자 같은 자그마한 욕조에 물이 담겨 있었는데 나는 일단 너무 급한 나머지 그 욕조에 볼일을 보았다. 그리고 무엇을 어찌할 바 몰라 일어나던 도중에 벨트에 걸려 뒤로 넘어지며 이상한 막대기를 내리자 자그마한 욕조에 담겨있던 물이 내려가며 엄청난 힘에 의해 나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떠보니 나는 땀에 흠뻑 젖어 방바닥에 누워있었다. 방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했다. 바깥은 깜깜했고 별은 빛나고 있었으며 산들바람은 시원하게 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꿈이었다.

(071002, 엽, chunjae0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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