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호랑(주니어글쓰기),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귀가 거슬린다. 그리 시끄러운 소리는 아니지만 집중을 흐리는, 굉장히 거슬리는 소리가 귀를 후빈다. 곧 그 소리에 눈을 뜰 즈음,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뜬다. 땅에 두발로 서있는 느낌에 다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분명히 어젯밤, 늦은 시각까지 독서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기 직전 봤던 풍경은 언재나 변함없는 책을 읽는 단상과 촛대, 책 한권.
지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모습은, 20년 동안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시선을 조금 위로 두면 산만큼 높은 건물들이 하늘 가까이 솟아있고, 앞으로 두면 바퀴를 가진 각양각색의 쇳덩이들이 움직이고 있다. 아, 생각해보니 서울에 가서 자주 봤던 자동차라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헌데, 서울에서 봤던 것은 가마에 바퀴가 붙어있는 듯한 모양새였는데,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는 저것은 그저 커다란 쇳덩이와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서울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저걸 타면 어디든지 금방 갈 텐데..’
그런가하면 자동차와 같이 바퀴가 달려있지만, 길이가 기다란 모습의 쇳덩이도 있었다. 그것은 서울 거리의 도로에서 느릿느릿 다니던 전차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너무나 혼잡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청색과 적색, 황색의 불이 켜지다가 꺼지다가를 반복하고, 휘황찬란한 불빛을 가진 글씨들이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걸려있다.
‘참으로 요상한 꿈이다...’
마음속에는 한 가지의 확신이 서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로 쓸모없는 개꿈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허나 개꿈이라도 마치 현실과 같은 기분이기에, 요상한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빵-빵-
뒤에서 간을 졸일 듯 요란한 소리가 난다. 뒤를 돌아보았는데, 곧바로 붉은색의 무언가와 세게 부딪혔다. 그 뒤 잠시간 동안 허공에 떠있는 듯 하더니, 이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서울에서 자주 보던 양복 입은 사람이 쇳덩이에서 나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 사람을 보고 있자하니, 왼팔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온몸의 살갗이 심하게 쓰라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큰 아픔에 벌떡 일어난다.
“이봐요!! 그런데 가만히 서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괜찮아요?!”
양복 입은 사람이 묻는다.
입을 움직일 수가 없다. 비명도 안나올 정도로 너무나 아프다. 세상에 이렇게나 아플 수가 있다니!
나와 충돌한 문제의 그것을 쳐다본다. 붉은색 쇳덩이. 그것이 갑자기 두려워진다. 몸이 이건 위험한 것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봐요. 괜찮냐구요!! 내말 안 들려요?!”
양복 입은 사람이 소리친다. 내가 걱정 되는 듯 하다.
“괜, 괜찮소. 나는 신경 쓰지 마시오.”
양복 입은 사람은 내말을 듣고 모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일단 병원으로 갑시다.”
양복 입은 사람이 말한다. 그러고는 내 팔을 들어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뭐하는 짓이오!”
난 두려움에 양복 입은 사람의 손을 뿌리친다. 그러고는 왼팔을 부여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 없이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달린다. 보아하니 사람들은 대게 건물근처에서 걷는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높은 건물 옆이 안전해 보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어느 한 건물 앞에 멈춘다. 그 안에는 네모난 거울과 기다랗고 네모난 철통이 여럿 놓여있다. 그 안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십시오.”
왠 요상한 차림의 사내가 맞이한다.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만져본다. 쇠인 것 같아도 전혀 차갑지 않고 두드려도 둔탁한 소리만 들린다.
“이것이 무엇이오?”
“컴퓨터요.”
“컴퓨터?”
“컴퓨터 모르세요? 자,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면..”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철통의 번들거리는 무언가를 건드린다. 그러자 네모난 거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린다. 그러나 곧 보기 편안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사내는 주먹만한 크기의 무언가를 잡고 계속 움직이면서 설명을 한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들도 편리하게 얻을 수 있고요. 뭐 이런 편리함과 정보들 때문에 컴퓨터는 사람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죠.”
“정말로..이게 없으면 사람이 못사오?”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전 컴퓨터 없으면 못살겠던데.”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힘없이 웃는다. 신기하다는 눈을 하고 네모난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은 이제 거울이라고 부르기 뭐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정말로 이게 없으면 사람이 못사는 건가?
그때, 일순간 거울의 빛이 사라졌다. 무슨 일인지 몰라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펑-
네모난 거울은 천둥과도 같은 굉음을 내며 한순간 빛을 내뿜어낸다. 그 빛을 본다. 밝기도 했지만, 촛불도 보인 듯 하다. 곧 눈은 칼로 쑤시는 듯이 너무나 아프고, 눈앞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등이 딱딱하다. 아픔에 못 이겨 쓰러진 듯 하다.
이불을 걷어차며 벌떡 일어난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다. 나는 황급하게 왼편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곧 안도한다. 왼쪽에는 어젯밤 읽다가만 책과 단상, 촛대가 있다.
(071003, 호랑 90seoul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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