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정인(민들레사랑방),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무제

나는 서울의 xx여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친구들과 다방이나 댄스홀에 놀러가는 걸 즐기고, 서양의 신식 문물을 좋아한다. 그런 내게 행운이 찾아왔다. 학교에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 우수한 학생을 뽑아 미래의 서울에 홈스테이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뽑히었다. 혼인 전날의 새 색시도 이보다 더 설레진 못할 것이다!

도착한 곳은 어느 가정집이었다. 거기엔 나와 동년배인 한 여자애가 있었다. 옷차림이 파격적이여서 속으로 기생인가보다 했다. 그 애는 내게 요즘은 한복을 안 입는다며 갈아입을 옷을 주었다. 그 옷도 기생 옷이었다. 목 주변이 다 드러나고, 치마는 꽤 두꺼운 천이었는데 무릎 위로 올라왔다. 윗도리는 기장이 무척 길어서 오히려 아랫도리가 더 작았다.

갈아입고 나자 부끄러워져서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까, 자신을 선영이라 소개한 그 애는 다들 이러고 다닌다며 나를 설득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자 숨이 막혔다. 자동차가 퍽 많았다. 워낙 차가 많아서 사람 다니는 곳과 구분했다고 한다. 신호등이란 것이 있어서 거기에 초록불이 켜질 때만 자동차가 다니는 그 길(차도) 를 사람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건물은 성곽보다도 높아서 비밀 요새라도 들어온 느낌이었다. 사람들 옷차림은 선영이가 말한 대로 다 이런 기생식이었다. 한복이나 기모노는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왔고, 한 상점 앞에서는 풍선이 주렁주렁 달려서 몇몇 여자들이 춤을 췄다. 지하철이란 걸 타고 좀 더 나가자 시장이 나왔다. 그런데 무척 넓어서 하루종일 걸어도 전부 돌지 못하였다. 물건 파는 상점 외에도 댄스홀이나 다방이 곳곳에 있었고, 노래방이나 피씨방 같은 아리쏭한 것도 있었다. 유흥 문화가 크게 발전했음을 느꼈다.

아, 지하철 말인데. 그건 지하에 다니는 전철이다. 지하로 굴을 쭉 파서 거기로 다니는 것이다. 그곳 안엔 마치 미술관처럼 곳곳에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 그림들엔 글씨도 많이 씌여 있었는데 한자는 없었고 거의 한글에, 간간히 영어도 보였다. 그 중에 내가 아는 단어도 보여 뿌듯했다. 글씨는 각양각색인 것이 타자기로 뽑은 것 같진 않은데 정교했다. 선영이가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컴퓨터?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매우 다재다능한 그림 도구인가 보다. 그 컴퓨터로 만들었다는 그림은 거리 곳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건물 벽에도, 사람들 옷에도 하나같이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미래에 유명한 직업이 화가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서 씻었다. 미래엔 특이하게도 멀쩡한 방을 화장실로 쓴다. 손잡이를 돌리면 물이 콸콸 나오고, 대야도 공중에 고정되어 있어서 편하게 세수할 수 있다.

선영이와 밤 늦게까지 재잘거리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차, 난 우리집 마루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럼 그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까 대문 쪽에서 누가 쉭 사라졌다. 아마도 철수일 것이다. 요즘 내 주변을 자꾸만 두리번거린다. 문득 어제 선영이의 남자친구 얘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옆집 순이도 몰래 누군가와 사귀고 있다는데, 나도 한번 연애를 하여볼까 생각했다.

정말 희안한 꿈이었다. 정말 80년쯤 뒤에 이 서울이 그렇게 바뀔까? 사뭇 궁금해졌다.

(071003, 정인, jeongin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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