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이안(일과요리),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1938년의 경성... 2007년의 서울

“아악!...”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강렬한 아픔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 분명히 나는 침소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딱딱한 바닥이고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귀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정신없이 비춰대고 옷을 거의 갖춰 입지 않은 사람들이 남녀 구분 없이 한 데 뒤섞여 몸을 부비적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그 광경에 너무나 놀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랬더니 회색 문이 나를 막아섰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아까 그 곳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회색 문 옆의 동그랗게 생긴 것을 눌렀다. 그랬더니 앞에 있던 그 회색 문이 쩍 하고 갈라진다. 나는 너무나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옆에 있던 사람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회색 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안 타실 꺼예요?”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엉겁결에 그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회색 문이 다시 닫히고 바닥이 살짝 진동하더니 가만히 서있는 데도 몸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이상한 불빛으로 쓰여 있는 숫자도 점점 바뀐다. 7,6,5,4,3... 아까 그 곳이 7이란 숫자였나 보다. 이 숫자는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이 회색 상자는 대체 무엇일까...

잠시 후 띵- 소리와 함께 회색 문이 열렸다. 아까의 그 사람이 내리자 나도 따라 내렸다. 드디어 출구가 나타났다. 밖으로 나와 생각해보니 아까 그 시끄럽던 곳은 우리의 딴스홀 같은 곳 인가보다. 그런데 다들 어찌 저렇게 남세스러운 옷차림들을 하고 있는겐지... 쯧쯧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갑자기 너무나도 허기가 졌다. 근처를 둘러보니 찜통에 만두를 찌고 있는 모습이 보여 만두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메뉴판을 보았는데 만두 한 접시에 2000원이라고 쓰여있다. 깜짝 놀랐다. 이 집은 만두에 황금 조각이라도 넣는 것일까. 2000원이면 만두 한접시가 2원이니까... 아이고 계산도 힘들다. 너무나도 식겁한 나는 가게에서 나와버렸다.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이상한 것들뿐이다. 간판들은 모두 알아볼 수 없는 서양말들로 가득했고 우리의 전차쯤으로 보이는 것들이 쌩쌩 거리며 지나간다. 새까만 밤인데도 수 많은 불빛들로 낮같이 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서양 사람들 같은  모습이다. 어딜 보아도 내가 살던 경성이 모습이 아니다...

발에 뭔가가 채여서 아래를 보니 무슨 고철덩어리가 떨어져 있다. 집어서 이리저리 뜯어보니 참 신기하게 생겼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한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물건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소리를 멈추려고 노력하던 중에 그 물건이 스르륵 밀리더니 물건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귀를 가져다 댔더니 “여보세요. 여보세요”소리가 들렸다. 문득 부자들만 쓴다던 전화기가 생각나서 나도 거기에 대고 말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저쪽에서도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주우신 분이죠? 제가 찾으러 갈께요. 거기가 어디죠?”
정말...... 여기가 어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삐리리 소리와 함께 화면이 까매졌다. 나는 계속 “여보세요.”를 외쳤지만 더 이상 그 물건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 다시 소리가 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넣어뒀다.

또다시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용변이 급해진 나는 변소를 찾아 헤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어서 어두컴컴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급한 용무를 봤다. 그러자 갑자기 저쪽에서 일본 순사 같은 차림새를 한 사람이 달려와 삑삑거리며 나를 붙잡았다. “여기서 노상방뇨 하시면 안됩니다. 신분확인 하겠습니다. 이름 나이 주소 말씀해주세요. ” “나는 서상원이고 나이는 서른 둘이오. 주소는...... 그런데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요.” “여기가 어디냐니요. 청량리 아닙니까 청량리. 아니 근데 이사람 옷차림도 어째 꾀죄죄한게... 노숙자요?” “노숙자가 뭐요? 지금 나도 내가 여기 왜 와있는지 모르겠소. 경성 가는 길 좀 알려주십시오. 내가 소학교 선생인데 학교에도 못 나가고 해가 저물어버렸으니 이거 원... ” “경성이요? 경성은 옛날의 서울 아닙니까.” “옛날... 이라고 했소?........혹시 지금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요. 지금은 1937년이 아니오?” “무슨 소리예요. 지금은 2007년 아닙니까. 좀 이상한 사람인가... 잠시 서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2007년이라고........ 내가 살던 1937년에서 70년이나 지나버렸다고....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와 아내는 벌써 세상을 떠났겠구나.........크흑흑.......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거지... 아이고 순이야. 돌이야. 너희들은 무사한 거니...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나도 두려워진 나는 비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다. 순사가 앞에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 서른 먹은 소학교 선생 체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집도 없어졌고 가족도 없어졌는데 지금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렇게 울고 있는데 머리에 아까와 같은 통증이 또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데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날 부르는 음성에 눈을 뜨자 내 침소였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순이 아버지, 순이 아버지~”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한걸음에 달려 나갔다. 반가운 아내의 모습과 아이들,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꿈이었구나 싶어서 너무나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주머니에 넣어뒀던 아까의 그 물건이었다. 그 물건은 계속 울려댔고 나는 놀라서 그 물건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뭐지... 꿈이 아니었던 걸까...

(071004, 이안, deb08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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