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토토(캐치스코프),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춥다. 왜 이렇게 춥지? 난 모시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옷을 뚫고 들어와 나를 찌른다. 머리도 얻어 맞기라도 한 듯 지끈지끈 하다. 온 몸이 쑤시지만 어느새 누워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본다. 바닥을 보니 이상하게 생긴 동전이 수북이 쌓여있다. 허리를 굽혀 그것들을 주웠다. 마땅히 넣어둘 때가 없어서 쓰고 있던 갓에 담기로 했다. 갑자기 내 발 밑에 놓여져 있는, 보자기로 싸맨 짐 꾸러미가 눈에 띄었다. 맞다! 난 경성에 있는 고모님 댁에 가는 길이었다. 그럼 저 보따리 안에는 떡도 좀 있을 테고, 문방사우와 돈도 있을 거다. 빨리 가야하는데, 여긴 대체 어디지? 밤이긴 밤인데 거리가 너무 밝다. 사내녀석인지 계집앤지 모르겠는 괴상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다닌다. 대체 난 어디에 있는 거야! 고모님이 위독하신데...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놈들이 타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검은 쇳덩어리들이 더 빠르게 큰 길을 가로질러 다닌다. 저 멀리엔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것도 색깔이 있는 영화가 높은 건물위에서 나오고 있다.
갑자기 계절도 바뀌었을까, 찬바람이 쌩쌩 분다. 고모님 댁에서 한 번 마셔봤던 따끈한 고히가 생각이 났다. 어라, 정말 고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저기 저 하얀컵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고히를 마시는 걸까? 하도 괴상한 옷차림에 괴상하게 생겨서 가까이 가기 꺼려졌지만 고히 생각에 나도 일렬로 서있는 사람들 뒤에 섰다. 하나둘씩 김이 나는 하얀컵을 들고 떠나간다. 하얀컵을 주는 것은 내 키만 한 상자였다. 이상한 상자에서 계속해서 컵이 나온다. 그 컵엔 고히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이제 내 차례가 왔다. 나도 내 앞 사람이 했던 것처럼 갓에서 동전 몇 개를 집어 상자에다 집어넣었다. 그러니 상자에 빨간 점들이 생겼다. 그걸 눌렀더니 탁 소리와 함께 컵이 나왔다. 근데 컵엔 아무것도 든게 없다. 화가 난다. 내가 이깟 하얀컵 때문에 여태껏 이 불건전하게 생긴 사람들 뒤에 서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하얀컵을 빼서 던져버리려고 컵을 집었다. 순간 뜨거운 물이 내 손위에 부어졌다. 깜짝 놀란 것도 한 순간이고 분노가 치밀었다. 난 하얀컵을 발로 차버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어! 저기 눈에 익은 문이 보인다, 저건 탑골공원의 삼일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여긴 경성이라는 건데... 몇 년 만에 경성이 이렇게도 많이 바뀌었단 말인가. 어쨌든 고모님 댁으로 서둘러야겠다. 이 근처였던 것 같다. 삼일문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될 텐데... 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니 큰 글자로 ‘낙원상가’라고 쓰여 있는 건물 앞에 다다랐다. 여긴 아닌 듯하다. 조금 더 걸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왔다. 글씨를 쓰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 저 사람은 왠지 말이 통할 것 같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가 경성부가 맞습니까?”
“뭐요? 경성부? 여긴 인사동이여 서울 인사동.”
“여기가 참으로 경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당신 어느 시대 사람인가? 아직도 경성이라고 하나. 1945년부터 서울이라고 불려왔는데...”
“1945년이라니! 그럼 지금은 대체 몇 년도란 말이오?”
“당신 정신 나갔나? 지금이 2007년이지 그럼 도대체 몇 년도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어르신, 전 1930년에 살고 있었습니다. 왜 갑자기 2007년이 되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또 이런 이상한 놈이 한명 더 왔네... 7,8년 전에도 당신 같은 사람이 한명 왔었지, 그 사람도 한참 괴로워 하다가 지금은 저기 인사동 사거리에서 붓글씨 써주는 장사를 하고 있네. 1930년에서 왔다는 말, 내 믿어주지. 근데 돈은 벌어야 먹고 살 것 아닌가, 하루빨리 당신도 붓글씨라도 쓰면서 밥벌이를 하게나. 자 그럼 얼른 썩 가버려 손님 줄어들어.”
2007년, 2007년, 2007년...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게 꿈인가 생신가 왜 내가 갑자기 2007년으로 와버렸지? 털썩 주저앉아 눈도 감아버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난 아직 죽지 않았고 이 괴상한 세상에서 못 벗어나있다.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굶으면 안 되지... 글씨 쓰는 어르신이 해주신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난 보따리를 풀어 붓을 들었다. 7, 8년 후에도 이렇게 글씨를 쓰고 있겠지?
갑자기 계절도 바뀌었을까, 찬바람이 쌩쌩 분다. 고모님 댁에서 한 번 마셔봤던 따끈한 고히가 생각이 났다. 어라, 정말 고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저기 저 하얀컵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고히를 마시는 걸까? 하도 괴상한 옷차림에 괴상하게 생겨서 가까이 가기 꺼려졌지만 고히 생각에 나도 일렬로 서있는 사람들 뒤에 섰다. 하나둘씩 김이 나는 하얀컵을 들고 떠나간다. 하얀컵을 주는 것은 내 키만 한 상자였다. 이상한 상자에서 계속해서 컵이 나온다. 그 컵엔 고히가 담겨 있는 듯 했다. 이제 내 차례가 왔다. 나도 내 앞 사람이 했던 것처럼 갓에서 동전 몇 개를 집어 상자에다 집어넣었다. 그러니 상자에 빨간 점들이 생겼다. 그걸 눌렀더니 탁 소리와 함께 컵이 나왔다. 근데 컵엔 아무것도 든게 없다. 화가 난다. 내가 이깟 하얀컵 때문에 여태껏 이 불건전하게 생긴 사람들 뒤에 서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하얀컵을 빼서 던져버리려고 컵을 집었다. 순간 뜨거운 물이 내 손위에 부어졌다. 깜짝 놀란 것도 한 순간이고 분노가 치밀었다. 난 하얀컵을 발로 차버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어! 저기 눈에 익은 문이 보인다, 저건 탑골공원의 삼일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여긴 경성이라는 건데... 몇 년 만에 경성이 이렇게도 많이 바뀌었단 말인가. 어쨌든 고모님 댁으로 서둘러야겠다. 이 근처였던 것 같다. 삼일문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될 텐데... 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니 큰 글자로 ‘낙원상가’라고 쓰여 있는 건물 앞에 다다랐다. 여긴 아닌 듯하다. 조금 더 걸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왔다. 글씨를 쓰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 저 사람은 왠지 말이 통할 것 같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가 경성부가 맞습니까?”
“뭐요? 경성부? 여긴 인사동이여 서울 인사동.”
“여기가 참으로 경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당신 어느 시대 사람인가? 아직도 경성이라고 하나. 1945년부터 서울이라고 불려왔는데...”
“1945년이라니! 그럼 지금은 대체 몇 년도란 말이오?”
“당신 정신 나갔나? 지금이 2007년이지 그럼 도대체 몇 년도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어르신, 전 1930년에 살고 있었습니다. 왜 갑자기 2007년이 되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또 이런 이상한 놈이 한명 더 왔네... 7,8년 전에도 당신 같은 사람이 한명 왔었지, 그 사람도 한참 괴로워 하다가 지금은 저기 인사동 사거리에서 붓글씨 써주는 장사를 하고 있네. 1930년에서 왔다는 말, 내 믿어주지. 근데 돈은 벌어야 먹고 살 것 아닌가, 하루빨리 당신도 붓글씨라도 쓰면서 밥벌이를 하게나. 자 그럼 얼른 썩 가버려 손님 줄어들어.”
2007년, 2007년, 2007년...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게 꿈인가 생신가 왜 내가 갑자기 2007년으로 와버렸지? 털썩 주저앉아 눈도 감아버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난 아직 죽지 않았고 이 괴상한 세상에서 못 벗어나있다.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굶으면 안 되지... 글씨 쓰는 어르신이 해주신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난 보따리를 풀어 붓을 들었다. 7, 8년 후에도 이렇게 글씨를 쓰고 있겠지?
(071004, 토토, eunsoo2@naver.com)
지난 과제/과제2_1937년 |
2007/10/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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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서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낯선 곳으로 넘어간다는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네. 뭐 이거 자체로도 글은 재미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