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조이(글로벌학교),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70년의 세월을 거슬러서
월화[月花]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은 어제 소위 말하는 그 ‘딴스홀’에서 춤을 추다 집에 들어왔건만, 눈을 떠보니 자기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것 이었다. 그것도 이상하게 생긴 집에서 말이다. 이 이상하게 생긴 집은 자기집과는 달리 마당도 없고,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아닌 무언가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은 것으로 온통 둘러 쌓여 있었다. 커다란 창문이 보이길래 저 창문을 보면 이웃집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창문을 봤더니 그 커다란 창문 사이로 성냥곽 같은 회색 건물과 조그만 건물들이 아래로 한가득 보였다.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하는 생각으로 창문 사이로 비치는 건물들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요?”
“여긴 대체 어디죠?”
“어디라뇨. 서울이죠.”
이상한 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자 월화는 혹시라도 자신이 이 남자와 잠을 잤나 하는 생각을 하기 보단 이 이상한 상황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했다. 짧은 갈색 머리에 남자가 걸치고 있는 검은색 니트와 진한 색의 청바지는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였지만, 청바지는커녕 양장 차림을 한 사람도 보기가 드물었던 1930년대 사람인 월화의 눈에는 충분히 수상해 보였다.
“당신이 걸치고 있는 그 이상한 것들은 다 뭐죠?”
“이 아가씨 보게? 니트하고 청바지 몰라요? 시골에서 온 후배 녀석도 옷은 알던데..어디서 왔는데요?”
“서울이요.”
“근데 이런 것도 몰라요?”
“몰라요. 내가 알고 있는 서울하고는 너무 달라서..”
민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고 놀라지 않나자명종을 보고 신기해 하지 않나. 어제 집에 가다가 왠 공터에 한복을 차려 입고 말 그대로 곱게 자고 있는 여자가 있길래 혹시나 험한 꼴 당할까 봐 잠이라도 재우고 보낼려고 집으로 데려온 사람이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때도, 그저 촌에서 상경한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사소한 것들에도 일일이 놀라는 태도나 행동으로 보아선 왠지 옛날 사람 같아 보였다.
“커피라도 한잔 할래요?”
“커피? 혹시 코피 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한 잔 타 드릴께요.”
민현은 이제 머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에 만든 지 오래되어 보이는 한복, 그리고 커피를 코피라고 부르는 것을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 새로 써서 편집장한테 보낼 영화 기사는 아무래도 내일로 미루는 게 편할 듯 싶었다. 저 여자를 가만히 놔두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닐 듯 해보이니.
커피와 아침을 먹고 난 뒤 더욱더 조심스러워진 월화의 태도를 민현은 참을 수 없었다. 자신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이 옛날 여자를 그래도 놔두는 건 이 여자보다 자신이 더 싫었기 대문에 아파트를 나오면서 조차도 신기해하는 여자를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여기 사람들은 다 신기하네요.”
“그야 2007년도니까요.”
“2007년이라고요?!”
“왜요. 옛날에서 왔어요?”
“네…”
자신이 지금 70년 뒤의 서울에 와 있다는게 안 믿겨졌다. 자신의 집이 있었던 공간은 공터가 되어버렸고, 알고 있었던 거리들도 전혀 다른 곳으로 변한 것을 보면 자신이 아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좀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비싼 코피와 아침까지 아무 말 없이 준 옆에 있는 남자는 말을 좀 비꼬는 듯해도 착한 사람인 것 같아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미래의 서울은 희한한 것 투성이였다. 자기처럼 한복을 입은 사람 보다는 민혁이라는 사람처럼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나, 양장을 입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길거리에서는 아예 집채로 음식을 파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고. 알아 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이 거리마다 울려 퍼졌고 자기 또래거나 더 어려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는 민망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나 월화 본인도 연회나 술잔치가 벌어졌을때 하고 나간 화장보다 더 짙은 화장을 하고 역시 같은 또래로 보이는 이상한 옷을 입은 남자아이와 희희낙락 거리면서 다니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기서 뭐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복 대신 민혁이 가게에서 사준 옷으로 갈아입고, 신발까지 사준다고 하는 민혁한테 미안함을 느꼈던 월화는 민혁의 도움으로 전당포를 찾아서, 가지고 있던 화폐로 돈을 받아 신발을 사서 신었다. 입고 있던 옷과 신고 있던 신발 마저 바꾸니 월화는 왠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에 맞는 분홍색의 블라우스와 긴 청바지, 그리고 갈색의 굽 낮은 구두는 그 전에 입고 있었던 한복하고 꽃신보단 더 편안하고 예쁘긴 했지만 그것들 자체가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오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고 월화는 생각했다.
낯설다고 생각했던 곳이 점점 익숙해지고, 민혁과의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월화는 미래의 서울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마저 미래의 일부분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슬퍼졌다. 그래서 빈 방이 하나 있으니 며칠 머무르다 가라는 민혁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고 모텔에서 머무르겠다고 말한 걸지도 몰랐다.
인심 좋아 보이는 모텔 주인과의 짧은 몇마디 대화가 끝나고 작은 방으로 들어서자 월화는 평안감을 느꼈다. 확실히 이 ‘미래’의 서울이 자신이 알고 있었던 서울보다 다니는 것이나 지내는 것이 더 편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서울이 더 그리웠다. 장롱에 있는 이불을 펴서 바닥에 깔고 베개 위에 머리를 뉘이고는 월화는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보일 자신의 집을 기대하며.
(071004, 조이, chaforos@hanmail.net)


Leave a com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