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2) 리사(글로벌학교), 21세기 서유견문 (서울遊見聞)
사랑하는 우리 아들, 철이에게.
여긴 참 이상한 곳이더구나.
이곳이 정녕 미래의 서울이더냐. 거참, 요상한 것 투성이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과는 다르게 시끌시끌하며 바쁜 곳이다. 자동차가 엄청 많다. 자전차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자동차에 치일까 무서워 맘놓고 다닐 수도 없겠구나. 안 그래도 도로가 북적대는데 그 밑에 ‘지하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더냐. ‘지하철’은, 그래, 기차와 비슷한 것이다. 다만 땅 밑에서 움직이더구나. 기차만큼 시끄럽거나 덜컹대지는 않다만 아무래도 땅밑이다보니 오래 타면 피곤할 것 같구나. 이곳 지하철이나 버스는 더운 날에는 차가워지고 추운 날에는 따뜻해지는 장치도 있더구나. 그건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래, 아무래도 사람이 붐비다보니 그거 하나는 참 배려를 잘 해놨구나.
그나저나 사람들은 뭐 그리 바쁘냐. 앞만 보고 걷는데 뭘 여쭐수가 있어야지. 참 불친절하다. 게다가 기생 옷차림이 한창 유행이다. 나는 다 큰 처녀라고 하여도, 아부지에 성난 모습에 감히 원피스를 살 생각 조차 못한다. 그런데 여기 계집들은 허벅지에 천 하나만 살짝 걸친 채 맨 살을 넘실넘실 드러내고 다니는구나. 또 머슴자슥들은 어떻고. 그나마 윗몸을 가리면 다행이지, 다들 서슴없이 훌떡 벗고 다니는구나. 아주 남사스러서 못보겄다.
철아. 밥은 잘 챙겨 먹는 게냐. 이 바쁜 동네에 적응이 잘 안되는구나. 하루 빨리 철이를 볼 마음에 마음은 점점 급해진다. 건강한게지? 이곳에 있으면 적어도 거기보다는 안전할 것 같구나. 우리 철이가 등교를 하는 골목길처럼 배설물이 먹칠 된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정말이다. 도로는 훨씬 깨끗하고 크구나. 헌데 집들이 뭐 이리 크다냐. 엄청 커다란 집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6시도 안되어서 깜깜해지는구나. 밤이 되면 얼마나 무서운지, 혼자서는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늘은 청계천에 다녀왔다. 철이 네가 지금 이곳에 청계천에 온다면 아마 깜짝 놀랄게다. 물이 콸콸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흙은 온데간데 없고 돌 같은 것으로 주변을 새로 만들었더구나. 청계천에 오니 지난날 뒷집 아낙네들과 빨래를 하던 시절이 그립구나. 지금은 아가들이 물속에서 뛰어논다. 빨래는 아무도 하지 않았만 사람은 많이 찾아오더구나. 아, 조만간 이 깨끗한 물에서 빨래 한바탕 해야것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빨래를 하면 어미의 기분은 날듯이 기쁘겠구나. 옆집 청씨 아낙네와 수다나 떨며 빨래를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건만 말이다.
이곳은 밤 11시가 다 되어간다. 철이는 지금쯤 자고 있겠구나. 이곳은 ‘전기’가 넘쳐나는구나. 밤 늦게까지 밝게 할 수 있다. ‘전기’가 있으니 새삼 모든 것이 쉬워졌다는 걸 느꼈다. 게다가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아직 철이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이것들은 사람 대신에 일을 해주는 기계들이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빨래, 설거지, 청소, 숙제 다 알아서 해주니 말이다. 대신에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그래서 날 대신할 기계가 있어도 내가 직접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서울이 이렇게 변하다니, 참으로 신기하구나. 이제 어미는 자러 가봐야겠다. 하루종일 서울 나들이를 했더니 참으로 피곤하구나. 종종 편지쓰마.
2007년 10월 4일
김말숙
(071004, 리사, meejisque_91@hotmail.com)


Leave a com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