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3) 뿡 - 멋있는 사람

멋있는 사람

나는 환경적인 영향을 완전히 제껴두고 온전히 '타고난것' 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있을까 가끔 궁금하다. 또는 환경이 더 중요할까 타고난 것이 더 중요할까 종종 고민하곤한다. 쓸때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문득, 힘이 빠지고 (우울한쪽으로 계속가다보면)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것 처럼. 불안과 슬픔이 엄습해온다.

난 나 스스로 굉장히 타고난것이 별볼일 없다고 생각해왔다. 언제나 노력하지만 타고난 사람들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을 타고난 사람' '자신의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엄청엄청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유시진의 <온> 이란 만화책을 봤다. 그 책에는 나의 기준으로 완전멋있는사람의 결정체인 '사미르' 가 나온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생산해낸 모든것에 만족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사람. 어쩜 저럴수 있지. 만화를 보는 내내 난 '사미르' 같은 사람이 존재할것같다는 희망으로 두근두근 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이런 것 이였다. 거기선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우물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내가 생각하기론 이 '우물' 이라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타고난 것' 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나단은 사람들에게 각자 '우물'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사미르를 만나고 '우물' 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사미르의 우물은 너무나 맑고 따뜻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단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내 우물은?' 그런데 아뿔사. 나단의 '우물' 은 너무나 차갑고 보잘것없고 추악했다. 그걸 알아챈 나단은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차라리 우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그래서 나단은 사미르를 음해하고 사미르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책은 사미르가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추방당한 후. 지금 21세기 한국에서 다시 나단(하제경) 을 만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이 파괴된, 무너진 사미르. 그는 우울하고 힘없는 패배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엔 그 모든 내/외적인 소용돌이들을 잠잠히 가라앉힌다.

어쨌든 난. 모든걸 빼앗긴 사미르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 또한 멋졌다. 역시...'우물' 이 다 파헤쳐졌다 해도 그 물은 마르지 않는 것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우물' 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우물이 너무 넒고 깊어서 모든 것들이 다 괜찮은 사람. 따뜻하지만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 <온> 을 읽고 이건 단순히 '타고난 것' 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건지도 몰라. 어떤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우물' 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사람. 삶. 그 '우물' 을 의심하게 되면 어떨 땐 나의 '존재' 자체가 굉장히 싱거워 지는 기분이 드니까.

결론: 나에게 멋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믿되 자만하지 않고 '우물' 이 아주 넓고 깊고 아름다운 사람. 그 '우물' 이란 것은 복잡하고 미묘해서 함부로 어떤 것이라 말할 수 없음. 고로 아직도 난 딱! 이런 사람이 멋있다. 라고 말 못하겠음.

071006, 뿡(캐치스코프), youth7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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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urian 2007/10/07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뿡의 글을 인문학교실에서 보게되다니!
    암튼 천천히 자기속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중요해요.
    모든 상황에서 아웃풋을 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쌓아두게 되면 그 역시 난감한 상황.

    뿡이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스스로의 환경을 잘 만들고 다스리고
    의심하지 않는 것. 이미 잘 알고 있잖아.

  2. 세이랜 2007/10/12 2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시진도 그의 주인공들 만만찮게 멋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