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3) 왕양 - 멋있는 사람
지금까지 살면서 '멋있다'고 느낀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자에 와서 멋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기도 하다. 하지만 쭉 일관되게 멋있음을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멋있는 사람이 늘 내 구미에 맞춰 멋있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숙제가 나왔던 날에는, 숙제를 안 할 심산이었다. 피식(냉소 짱!!)웃고, 내 주위의 멋있는 사람에 대해 쓰기 불가능 하다고 생각 했다. 그들의 멋있음을 내 숙제에 가둬두기는 절대 안 된다. 결국 기간에 맞춰 숙제를 보내지 못했고, 한동안 숙제를 잊었던 나는 갑자기 '멋있는 사람'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선교원 때의 기억에서부터 바로 어제까지, 내가 만났던 멋있는 사람들을 <한국을 빛낸 백 명의 위인>처럼 추려내기 시작했다.
내 기억의 주름에 집힌 인물은, 중 3때 15분 정도 봤던 사람이다. 물론 그 사람이 잘생겨서15분 동안 쳐다봤더니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은 아니다. 그 사람의 멋있음을 말하기엔 나의 행동이 거시기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멋있던 사람 이야기를 하겠다.
충청도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 날은 서울의 집으로 올라가는 날 이었는데, 늘상 서울에 올라갈 때는 충주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그 날은 충주 터미널에서, 잠시 시내에 들러야 했던 날이었다. 시내에 굳이 갔어야 했던 이유는 어이없지만, 도착하자마자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입고 있던 옷이 너무 구려서 옷을 사러 가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절대 그런 짓은 귀찮아서라도 안 하겠지만, 당시엔 '면, 리'에 살았던 시절이니 서울용 옷차림이 있어야 했었을 지도 모른다.
면에서 충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평소에 터미널에서 시내를 갈 때는 택시를 탔는데, 옷을 사려면 돈이 필요 했고 돈을 빌려줄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걷기로 했다.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 그 버스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고, 바보 같은 곳에 내려준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냥 걸었다. 건강하니까.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부담스럽게도 트렁크를 끌고.
나는 정말 바보였다. 20분이면 되겠지 하고 시작했던 나의 상경은 한시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제대로 길을 잃어, 충주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 아파트 상가의 패밀리 마트에서 소보로 빵을 사먹으며 완전 참패의 기운만 느꼈다. 편의점 문을 나서니 바람이 마구 불면서 종이가 휘날리고 있었다. 무슨 종이일까 하고 주웠더니, 동춘 서커스 초대권 이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휘몰아치도록 화가 나서 그냥 서커스나 보러 갈까 했지만,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보며 뛰어야겠다고 생각 했다. 안타깝게도 그 때는 핸드폰이 없었다.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도심이 보이기는커녕 과수원이 보이기 시작할 때 쯤,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시내는 고사하고 서울에 가지도 못 하는 게 아닌지. 계속 걸을 때 쯤 정장을 입은 왜소한 체격의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 걸음이 너무 당차 그 사내의 방향을 따르기로 했다. 사내는 우울한 낯빛으로 트렁크를 끌고 가는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집이 어디냐, 왜 시내까지 걸어 가냐, 어느 학교 다니냐.. 당시에는 대안학교 다닌다고 말하기가 좀 그래서 얼버무렸더니, 다니는 학교에 대해 계속 질문하기 시작했다. 끝에는 좀 무서워져서 혼자 막 뛰어갔다. 사내가 쫓아왔다. 근처 다방에서 이야기 좀 하자고. 소설 쓰는 게 아니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적고 있다.-_-
별 말이 다 나오자 순간 화르륵 해져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하고 막 뛰는데, 쫓아오더니 택시 타고 가라며 만원을 꺼내 주었다. 내 앞에는 택시 뒷 자석 문이 열린 채였다. 천사.... 천사..... 천사.....
갑자기 물밀듯이 미안해지면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사내는 끝까지 손사래를 치며 잘 가라고 했다. 명함이 있으면 달라고 애원을 했다.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주자, 택시는 출발했다. 거의 정신을 놓은 채 터미널에 도착했다. 가까스로 차표를 끊고 자리에 앉은 후, 아까 그 명함을 꺼내 보았다. 충주 초등학교 교장 손병기.
지금다시 보면 그 명함은 우리 주위의 시니어와 몹시 흡사한 이름이기에 웃음 밖에 안 나오지만,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나오는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명함을 보자마자 꼭 충주초등학교 교장실에 가서 만원을 갚고 오겠다!! 고 생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자랑하고는 했다. 돈 주는 사람은 멋진 사람일까? 아무튼 아저씨 감사합니다.
071017, 왕양(촌닭들), letitgrow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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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핫핫....!
나도 저런 식의 멋진 사람이 되고도 싶지만 내 명함...내 명함은...;
명함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사람 이세요
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