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18 자료 1.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 中에서 (연극 편)
[##_1L|dk70.jpg|width="103" height="16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
Kinder fragen, Nobelpreistrager antworten
베티나슈티켈| 나누리 역| 달리| 2002
연극은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pp.57-66)
다리오 포의 대답
새삼스럽게 연극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연극이 뭔지 모르는 아이는 없을 테니까. 연극은 너희들이 날마다 발견하는 새로운 놀이와 같은 거란다. 가령 인물과 이야기를 꾸며내고 필요한 역할을 생각해 낸 다음, 각자 배역을 맡아 다 함께, 아니면 혼자 즉석에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 봐. 그게 바로 연극이야.
다만 연극을 하려면 미리 대본을 쓰고 각자 맡은 배역의 대사를 외워야 하는 게 다를 뿐이지. 연극이 너희들의 놀이와 비슷하다는 건 아까 말해서 이미 알고 있지? 그러니까 아이들은 온종일 연극을 하는 셈이란다. 너희 중 누가 그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된다면 바로 그 사람을 배우라고 부르는 거야. 배우는 연극을 해서 돈을 벌지. 그게 너희와 배우가 다른 점이야
(중략)
다시 놀이에 대해 얘기해 볼까? 내가 쓴 희곡 <어린 예수의 첫 번째 기적>에서 나는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 주고 싶었어. 이 희곡은 아기 예수가 성모 마리아, 요셉과 함께 이스라엘의 자파로 도주하는 이야기야. 이들은 자파에 도착해서 묵을 곳을 찾다가 마침내 다 쓰러져 가는 집을 한 채 발견하고 그곳에 머물게 돼. 요셉은 일거리를 찾으러 나가고 마리아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세탁부로 일을 하지. 어린 예수는 거리로 나가 아이들과 놀고 싶지만 따돌림을 당한단다. 아이들은 예술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따돌리고 놀렸어. 그때 예수는 기적을 보여주리라 마음먹지. 예수는 기발한 놀이를 생각해 내. 뭐였는지 아니? 흙으로 자그마한 새를 빚는 거였어. 그러고는 그 흙에 입김을 불어 넣자 진짜 살아 있는 새로 변했지. 그러자 모든 아이들이 예수와 함께 놀고 싶어하고 금세 예수의 친구가 되었어. 아이들은 함께 흙을 빚었단다. 발이 네개 달린 새, 소시지, 뱀, 날개가 열두 개 달린 뱀, 커다란 똥더미 그리고 고양이를 만들었지. 예수는 이 모든 것을 날게 했단다. 그런데 총독의 아들이 와서 놀이를 방해하지. 이것은 하나의 비유야. 강력한 힘을 가진 권력자가 사람들, 특히 순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환상을 펼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지.
<어린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은 서기 2-3세기쯤에 씌어진 예수의 생애를 다룬 글에서 따온 거야. 이탈리아의 교회에서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종교극을 공연한단다. 예수가 지옥에 가 악마를 물리치고 아담과 이브를 구출한다는 내용이지.
그러면 지어낸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네가 친구들과 숨바꼭질이나 경찰놀이를 하면 그게 바로 연극을 하는 거야. 그렇지 않니? 누가 무슨 역할을 할지 배역을 정하잖아. 네가 도둑을 하면 다른 아이는 형사를 하고, 또 그 반대일수도 있고. 도둑은 훔치는 역할을 하는데, 다시 말하면 도둑과 똑같이 행동하는 거야. 경찰이 나타나면 도둑은 달아나지. 경찰은 도둑이란 걸 알고 소리치면서 뒤쫓아가 수갑을 채울 것처럼 하잖니. 꼭 자기가 도둑을 잡은 것처럼 말이야.
(중략)
주제는 수도 없이 많아. 그중 정말 중요한 주제는 당연히 가족이야. 이 놀이를 할 때도 각자 역할을 맡지. 아빠 역할, 엄마 역할, 아이 역할, 아이는 호되게 꾸중을 듣고 매를 맞지. 다시 말하면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그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쏟아붓는 거야. 그 역할은 인형이나 동물이 할 수도 있어. 희생양이 되는 셈이지. "이젠 좀 자, 그만 해, 귀찮게 굴지 마." 이런 말들 생각나지? 그러다가 아이는 혼이 나기도 하잖아. 가끔은 상을 받기도 해. 소꿉놀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놀이란다.
참, 병원놀이도 있구나. 한 사람은 의사선생님 역할을 하겠지. 의사 선생님이 오면 환자 역할을 맡은 아이는 옷을 벗어. 이 놀이를 할 때면 항상 작은 막대기로 잠지를 건드려 보게 돼. 그리고 주사를 놓고 약을 발라 주잖아. 배나 엉덩이, 또 잠지도 빼놓지 않지. 병원놀이는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는 아주 중요한 놀이란다. 종종 텔레비전에서 새로운 놀이를 배울 때도 있지.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리스 신들을 다룬 텔레비전 시리즈물이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 생긴 거야. 모든 아이들이 헤라클레스, 제우스, 아폴로가 되었어. 또 무시무시한 괴물, 말, 아마존의 전사가 되었지. 고대 그리스 신들이 아이들의 신들이 되어 버린 거야!
연극을 누가 처음 만들었냐고 물었는데 이제 설명할 필요 없겠지? 그건 바로 아이들이란다. 다만 연극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야. 아이들은 근사한 연극 거리가 많고 마술사처럼 별것 아닌 것으로도 멋진 연극을 만들어 내거든. 정말이지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것들로 말이야. 누더기, 온갖 잡동사니, 옷, 동물 등 아이들은 무엇이든 이용하지. 물론 자연도 이용하고. 어렸을 때 숲 속에 오두막을 지었던 일이 지금도 생각나는구나. 한 사람은 밖에서 망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안에서 영화나 책, 만화에서 본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러고는 그대로 따라 했단다. 나는 호숫가 근처에서 살았는데 어렸을 때 그곳에서 옛날이야기나 동화를 자주 듣곤 했어.
그러니까 놀이는 하나의 연극이야. 놀이가 없으면 연극도 없단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연극도 없었을 거야. 또 아이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황당하고도 재미있게 지어내기도 하잖아. 인형극이든 아동극이든 서커스든. 예를 들어 우리는 인형극에 나오는 진짜 인형을 보고 나면 집에 와서 인형손질을 했단다. 그 인형극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또 바꾸어서 해 보기도 했어. 내 동생들은 여덟 살, 다섯 살이었고 나는 열 살이었지. 우리는 낡은 헛간에서 연극을 했단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하기도 했지. 그런 경우에 구경하는 아이들은 입장료를 내야 했어. 공짜 공연은 안 했다니까! 그 공연으로 우리는 유명해졌고 많은 아이들이 우리 연극을 보고 싶어했지. 정말 재미있었거든.
(중략)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아이였을 때는 쉽게 어른 흉내를 내다가도 정작 어른이 되면 왜 그런 능력을 잃어버릴까? 어른이 되어서도 연극을 하려면 연습과 연구를 하면서 새롭게 배워야 하니 참 이상하구나.
어렸을 때부터 코미디는 내게 아주 중요한 것이었단다. 우리는 관객을 웃기고 싶어했지! 너한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나는 원시인들 사이에 오래 전 이런 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옆에 탄생의 신이 서 있다는 거야. 아이는 젖을 먹으며 커갔고 사람은 아이와 함께 놀았어.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어떤 날을 기다렸단다. 그날은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 달 반 후에 오기도 했고, 어떤 때는 두 달 후가 되기도 했어. 그날은 어떤 순간이었을까?
바로 어린아이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처음으로 웃는 때야. 그냥 뜻 없이 방긋방긋 웃는 것 말고! 그러니까 어른들이 하는 우스꽝스런 장난을 보고 아이가 큰 소리로 웃을 때를 말하는 거란다. 그 날에야 비로소 생일 잔치를 했어. 그런 다음에야 탄생의 신은 사라지지. 아기는 그제야 사람이 되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냐고? 웃는다는 건 이해력이 생겼다는 뜻이거든. 웃음소리는 하나의 신호야. 웃음은 불합리한 것, 어처구니 없는 것, 환상적인 것을 가릴 줄 안다는 증거지. 그래서 아이가 이렇게 첫 웃음을 보여준 뒤에야 비로소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인 거란다.
(연극은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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